"암컷은 어떻게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는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제자로 동물학을 전공하던 루시 쿡은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다.", "암컷은 수줍음이 많다.", "수컷은 효율성과 적극성을, 암컷은 수동성을 상징한다." 등의 문장이 도킨스와 다윈, 아리스토텔레스 등 진화론의 경전으로 통하는 책에서 출몰하자 거대한 의문을 마주한다. 쿡은 이를 시대상이 그대로 반영된 당대 진화생물학의 한계로 보고, 학계를 떠나 편견 없는 자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이겠다는 신념으로 영국의 대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제작자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그가 마다가스카르섬의 정글, 케냐의 평원, 하와이와 캐나다의 바다 등 세계 각지에서 직접 만난 동물들은 연구실의 책 속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암컷 알바트로스 커플, 늙은 암컷이 사냥 집단을 이끄는 범고래 사회, 수컷을 지배하는 여우원숭이 암컷, 수컷의 도움 없이 오직 복제만으로 번식하는 도마뱀을 비롯해, 개방적이고 경쟁심이 강하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이었다. 저마다의 방식대로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는 암컷들의 초상은 너무도 생생하고 다채로웠다. 그렇게 탄생한 이 책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이분법, 모성 본능이라는 신화, 가부장적 편견을 깨뜨리며 프린스턴대학교,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등 세계 주요 대학의 교재로 선정되었다.
- 과학 MD 권벼리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