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나의 행복=모두의 행복?"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지만, 남이 안되면 기분이 좋다. 둘 다 질투에서 비롯한 감정인데 전자는 찝찝하고 후자는 통쾌하다. 전자는 따라가는 데에 노력이 필요한 데다 확률도 반반이지만, 후자는 가만 앉아서 내가 그보다 나은 상황에 이르는 확실한 방법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게다가 후자는 공감도도 높다. 전자는 그에게서 얻을 이득의 가능성이 생긴 터라 무조건 배만 잡고 있을 수 없지만, 후자는 그를 더 낮은 곳으로 보내면 보낼수록 나의 상대적 위치가 높아지니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이 책은 타인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감정, 즉 후자를 쌤통 심리라 부른다. 경험으로 익히 아는 이야기를 분석하는 까닭은, 이 심리에서 인간의 특성을 발견하고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재지변에 따른 슬픔에서 쌤통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대체로 자기 잘못에서 비롯한 실패에 쌤통 심리가 따른다. 그의 불행은 그럴 만한 불행이 되고, 우리의 쌤통 심리는 정당성을 얻어 때로는 정의에 이르기도 한다. 그보다 나은 사람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사람으로 올라서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떨까? 내 잘못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으니 이해를 구하려 하지 않을까? 이제야 나의 쌤통 심리를 이해하면서 남의 쌤통 심리를 인정하는, 나아가 남의 쌤통 상황에 공감하는 새로운 단계가 펼쳐진다. 이제 어디에 설지 고민에 빠졌다면, 고것 참 쌤통이다.
- 인문 MD 박태근 (201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