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녕의 사람들, 살다"
여기 윤대녕답다고 부를 만한 사나이가 있다. 실패한 극작가인 김명우. 사랑을 잃었고, 경제적으로도 실패했으며,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올렸던 '누드 연극' 이후 명성마저 잃어 연극계에 발을 쉬이 들여놓을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소재로 한 연극적인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을 보러 갔다 극장에서 노년 여성 '마마'를 만나게 된 남자. 고흐의 그림이 흐드러지는 피에로들의 집, '아몬드나무 하우스'에서 함께 살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생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마마'의 조카 김현주,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진작가 박윤정, 사랑하는 이의 충격적인 죽음을 경험한 후 마음의 문을 닫은 휴학생 윤태와 고등학생 정민이 그곳에 살고 있다. 참혹한 사건이 인생을 할퀴고 지나간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살아가야만 한다. 윤대녕답게 고독하게 우아한 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사유한다. "모든 존재는 순환하면서 나이를 먹고 성장을 거듭하니까요." "혼자라는 건 결국 허상일 뿐이겠죠? 요즘 들어 더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문답 같은 대화의 여백 사이, 윤대녕답게 말하고, 윤대녕답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회복을 바라며 어쩌면 독자 역시, 나아질 수 있다는 옅은 소망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 소설 MD 김효선 (201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