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귓병을 앓던 베토벤의 고뇌와 이를 극복하고 써낸 수많은 명곡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종이 느낀 통증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베토벤의 청력 상실의 원인에 대해 연구하던 학자들은 발진티푸스 등 다른 질병의 후유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베토벤을 직접 문진하고 검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때 필요한 것은 역사적 자료와 의학적 지식이다. 이 책은 여기에 탐정의 시선을 더해 세종의 허리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한 추리에 나선다.
아니나다를까, 저자는 의사다. 국제 학술지에 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세종의 허리 통증이 강직성 척추염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논문을 실어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세종대왕뿐 아니라 가우디, 도스토옙스키, 니체, 모네 등 역사적 인물들이 남긴 작품, 행적, 어록 등을 통해 그들이 앓던 병과 그 병이 끼친 영향에 대해 짐작해 본다. 그런데 이 책은 의학 서적일까 역사책일까, 아니면 위인전일까 추리물일까? 아마도 그 모두를 골고루 섞은 비빔밥 같은 책이 아닐까. 확실한 것은 기발하고 흥미진진한 역사 여행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