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 아직은 우리가 주인공이다"
인공지능이 시대의 화두다. 각계각층에서 온갖 예측이 쏟아지니, 인공지능이 미래를 바꿔줄 거라 희망을 거는 사람과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할 거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뒤섞여,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느 쪽이 합리적 근거를 갖추고 논의를 펼치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어떤 직업이 인공지능 시대에 자리를 잃을지 예측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되고 대비가 가능할까? 인류의 지능이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수없이 이루어냈듯이, 인공지능 또한 기존의 관점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질문도, 분석도, 해법도 달라져야 할 때가 분명하다.
MIT 물리학과 교수 맥스 테그마크는 인공지능이 도래할 미래를 준비하는 ‘생명의 미래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를 이어왔다. 그는 물리학자답게 물질이 지능을 갖게 된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기억, 연산, 학습 등 지능과 연관된 개념을 정리하고 인류가 이를 바탕으로 쌓아온 역사 그리고 앞으로 인공지능과 더불어(?) 만들어갈 시간을 수만 년, 수십억 년 단위로 펼쳐보인다. 이 장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인간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인류의 목적을 설정하고 세계를 이끌어왔는지 이해하게 되고, 그 긴 단락의 끝에서 마주한 인공지능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 새로운 갈피가 잡히기 시작한다.
다시 돌아와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는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 사이의 대화다. 생명의 미래가 어떠하기를 바라는지, 인간의 의미와 목적이 어떻게 이어지길 원하는지, 인공지능이 무엇이길, 어떤 존재이길 원하는지.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의 미래는 돌에 새겨진 게 아니라 우리에게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은 우리가 주인공이다.
- 인문 MD 박태근 (2017.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