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 예고 없는 희비극 속에 생은 계속된다"
모이기만 하면 서로를 도발하고 싸움을 벌이기 일쑤인 앨리스의 가족. 이들은 저마다 상처 입은 내면을 보호하기 위해 두터운 벽을 쌓고 있다.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이념에 심취해 세계를 떠도는 장남, 사고로 운동 선수의 꿈이 좌절된 후 모든 의욕을 잃은 차남, 집 안에 갇혀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어머니, 자식들과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피해 해외에서 일하는 아버지, 그리고 진심 어린 소통을 갈망하며 대학에 진학해 독립하는 것만이 탈출구라 여기는 앨리스. 그녀의 바람은 이뤄지는 듯 하지만, 예고 없이 몰아치는 각종 희비극이 삶을 흔들어댄다.
<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최신작이다. 그는 “오늘날 서로 경멸하는 미국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닉슨 집권기에 시작되어 레이건 시대에 완성된 ‘문화 전쟁’을 돌아보아야 한다. (...) 미국인의 삶에서 핵심적인 시기인 1971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그려 보인다면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되리라 생각했다”라고 소설을 구상한 계기를 언급했다. 생생한 묘사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스피디한 전개와 의표를 찌르는 반전, 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과 그 속에서 놓지 않는 유머까지, 흥미로운 소설이 갖춰야 할 조건을 고루 겸비했다. 인생의 행로를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우연의 음악', 개인과 사회가 끝내 지니고 있는 '상처라고 느낀 적이 없었던 흉터', 이어지는 절망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찰나의 행복에 대해 오래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 소설 MD 권벼리 (2019.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