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는 세계를 믿습니까?"
책에 나오는 이야기 몇 가지. 하나, 에벌린은 안내견 없이 돌아다니지 못한다.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키미는 안경만 써도 앞을 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에벌린과 키미가 동일인의 다른 두 자아라는 것이다. 둘, 크리스는 친척 형으로부터 본인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때의 감정, 만났던 사람, 그 사람의 생김새까지. 그러나 친척 형이 들려준 이야기는 사실 꾸며낸 것이었다. 셋, 파텔은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아내를 봐도 아내로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들과 감정적으로 분리된 그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위 사례들은 모두 뇌의 어떤 작동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과연 내가 보는 세계는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의심하게 된다. 책에 소개된 사례자들 역시 나와 같이 본인이 보고 믿는 세계가 진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신비한 면들은 뇌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싶게 만든다. 젊은 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기이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떤 작용을 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흥미롭고도 명료하게 설명한다. 인간 의식과 무의식이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탐험이 될 것이다.
- 과학 MD 김경영 (201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