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가 긴급 수혈처럼 필요할 때가 있다. 어떤 악의들에 시달려서 인간에게 지칠 때, 인간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떠올리면 온통 그늘지고 비열한 인상만 생각날 때. 위험한 상황이다. 마음에 증오가 들어차면 사는 일이 괴롭다. 이럴 땐 희망을 잊지 않기 위해 얼른 아름다움을 채워줘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살았다' 싶었다. 은유가 발굴한 이야기들, 책장마다 여리지만 꺾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뚝뚝 떨어진다. 임용고시라는 경쟁에서 벗어나 노들 야학에 들어가 만난 세계가 너무 좋았다는 홍은전, 힘든 일을 당한 사람들 곁을 그저 자연스럽게 평생 동안 지킨 씨돌 김용현, 고 김용균을 잃고 운동가로 거듭난 김미숙... 18인의 이야기 하나하나, 마음을 세게 울리는 내용을 품고 있다. 섬세한 산파 은유는 이들의 삶에 박힌 위엄 있는 이야기를, 묵어서 기품이 된 그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고도 알차게 끌어내 고스란히 기록해두었다. 사람에게 실망한 사람들에게, 희망도 사람 안에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한동안은 인간사가 회색으로 보일 때마다 이 책을 찾게 될 것 같다.
- 인문 MD 김경영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