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문을 계속 두드린다"
극작가 이은용의 희곡집. 그가 남긴 다섯 편의 희곡을 엮었다. 2020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고, 2021년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을 수상한 표제작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문을 열고 월경(越境)을 하는 트랜스젠더의 삶의 여섯 장면을 엮은 장막 희곡이다. '나는 그렇게 옷 갈아입듯이 무언가로 변하는 게 좋아'(105쪽)라는 작품의 대사처럼, 각 막마다 인물들은 옷을 갈아입듯, 농담이(아니)야 중얼거리며 사뿐 정체성을 건너 간다.
'나에게는 들려줄 이야기가 아주 많으니까요'(73쪽)라고 말한 '변신 혹은 메타몰포시스'의 '소년'은 삶의 무대에서 이르게 퇴장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작품을 읽고 공연할 수 있다. 자신의 유언장을 읽는 사람 C의 목소리가 울려퍼질 극장, '내 친구들, 조문객들이 이상해보이는 옷을 입고 있거나 장례 예절을 잘 지키지 않더라도 부디 눈총을 주거나 나무라지 마세요.'(90쪽)라는 음성을 듣고 있을 관객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진희, 서류와 별을 들고 일어난다. 벽을 두드려본다.' 48쪽의 지시문처럼 진희를 따라 우리도 그 문을 계속 두드린다.
- 소설 MD 김효선 (202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