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 학자가 주고받은 병, 죽음, 운명에 관한 편지들"
말 한마디도 얹기 어려운 책이 있다. 초연하게 분석하기엔 책을 읽은 후의 감정이 아무래도 식지 않아서다. 이 책은 평생 '우연'을 연구하다 죽음을 앞둔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와 질병과 죽음, 확률과 선택의 문제를 고민해온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가 나눈 편지의 모음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들은 질병, 죽음, 우연, 운명, 불운, 불행에 대한 생각들을 나눈다. 마키코는 죽음으로 향하는 중에도 단정하고 꼿꼿하며 마호는 함부로 위로하지 않되 다정하고 사려 깊다. 이들이 나누는 아름다운 대화가 분명하고 따스하게 졸졸 흐른다. 책을 읽는 동안 무수한 감정이 끓었다 잠잠해지기를 반복했다. 그것들에 무슨 이름을 붙여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이 책은 내 옆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이라는 예감만이 확실하다.
- 인문 MD 김경영 (2021.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