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어린이를 위한 모험 이야기의 전범, <보물섬>"지금까지 꾸준히 읽히는 모험 소설들은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지만, 스티븐슨의 <보물섬>은 처음부터 어린이를 위해 씌어진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동화의 법칙을 깨뜨린다. 이 작품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 현실에서 모험을 하는 진짜 어린이. 그것이 핵심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른들은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부상자를 치료하는 정도. 리브시, 트렐로니, 스몰릿 선장 등 쟁쟁한 어른들이 모험에 동행하지만 보물을 찾게 된 것은 결국 짐의 덕이다. 짐은 보물지도를 발견하고, 해적들의 음모를 알아내고, 빼앗긴 배를 되찾는다. 그것도 혼자 힘으로.
짐이 상대할 악당은 외다리 존 실버. 그는 배신, 거짓말, 협상에서 협박, 폭력까지 능한 사람이나, 그에게는 부인할 수 없는 매력과 카리스마가 있다. 그는 금욕적이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원하는 것을 언제나 관철시키는 힘이 있다. 게다가, 착실히 저금을 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해적이라니 정말 독특하다.
짐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순전히 운이다. 정말 혀를 내두를 만큼 운은 짐의 편이다. 그에 비하면 실버는 이른바 실력파라 할 수 있다. 치밀한 계획과 명석한 두뇌로 선상반란을 주도하고, 보물과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동료와 짐 사이를 박쥐처럼 오락가락하다가 끝내 살아 남는다.
<보물섬>은 한 번도 바다에 가지 않은 사람이라도 모험을 꿈꾸게 할 만큼 강렬한 흡인력이 있다. 스릴이 넘치는 보물찾기, 원칙만으로 결론내릴 수 없는 삶, 거친 바다에 온몸으로 부딪치는 뱃사람, 매력있는 악당과 어린 소년의 당당한 대결까지 모험 소설의 전범이자 명작이라고 말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
류화선(200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