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비밀을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
에도의 전통 과자점에서 대대손손 가보로 내려오는 비밀 상자가 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이것은 커다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절대로 열어선 안 되는 상자이기 때문이다. 이 '인내상자'의 뚜껑을 열면 가게에 거대한 불행이 닥친다고 한다. 전 당주는 화재로 집이 타오르는 가운데 인내상자를 지키기 위해 불길로 몸을 던져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이 상자는 과연 보물일까, 저주일까.
누구에게도 결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마음 속에 꼭꼭 담아둔 채로 남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인내상자> 속 여덟 편의 소설에는 그런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불쑥 찾아와 자신을 유괴해 달라고 말하는 소년,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우산에 종이를 바르는 일로 연명하는 전직 사무라이, 변소에서 만난 하얀 손, 갑작스런 타인의 방문 또는 죽음. 기이한 사건에 등골이 오싹해지는가 하면 기구하고 애잔한 사연에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언제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소설집.
- 소설 MD 권벼리 (2022.07.15)